나에게 노래(music)는 이렇다
어렸을 적 티비 앞에서 가요 프로그램만 보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게임방이나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갈 때면 당연한 듯이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구점에서는 당시 핫한 가수들의 사진이 많이 팔렸다.
내가 티비에서 가요 프로그램만 찾아 보던 게 거의 중학교까지 때였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때보다 수업 시간도 길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많았기에 티비는 거의 주말에만 봤다. 그리고 이 당시 피시방이 처음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다. 초기 피시방은 지금과 달리 칩을 사용하여 결제한 시간만큼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당시 피시방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이었고,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하기 전에 벅스뮤직 등 음악 사이트에서 플레이 리스트에 노래를 선곡하여 재생한 후에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하였다. 어떤 피시방을 가도 스타 + 음악 감상은 국룰이었다. 그래서 내가 노래를 안 틀어도 옆이나 앞, 뒤 등 근처에 노래를 튼 사람이 항상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 사람의 노래 취향까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음악은 당연히 계절에 따라 신나는 댄스곡이나 감성적인 발라드 등 계절에 맞게 들을 수 있었고, 피시방에 오래 있다보니 내가 알지 못했던 좋은 노래를 알게 되는 기쁨과 좋은 노래인데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지겨워진 노래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수업시간이 길어져 거의 주말에만 티비로 가요프로를 가끔 보곤했다. 이 당시에는 시내를 지나가다 보면 핸드폰 가게나 옷 가게 등에서 노래를 틀어서 자연스럽게 이 당시 인기있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들었다. 또 어쩌다 여행중에 들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들리는 노래는 아주 반가웠고, 휴게소 음식과 함께 노래를 들으니 쉬다 가기에 좋았다. 이렇게 노래는 내가 찾아 듣지 않아도 나에게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마트에서 일했는데, 마트에서는 오픈시간부터 마감시간까지 계속 노래를 틀어 놓았기에 마트에서 일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계속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마트에서 마감시간때마다 틀었던 노래의 노랫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 노래의 가수가 누군지 제목이 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요~!' 이 구절만큼은 아직도 생각난다.
이렇게 마트에서 근무하는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하면서 당연히 가수들도 바뀌면서 노래도 바뀌었다. 그래서 과거를 회상하다 보면 '이 노래를 마트에서 여름에 들었던 노래였지', '이 노래는 내가 마트에서 일했던 몇 년도에 들었던 노래였지' 등 이런식으로 기억하곤 한다. 이런걸 보면 역사학자 E.H. 카 가 말했던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과거에 들었던 노래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요즘엔 노래를 잘 안 듣는다. 티비를 통해서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들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한번 노래를 들으면 뭔가 추억에 잠겨 헤어나오질 못해서이다.티비에서 슈가맨 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을때 너무 반가웠고, 이 때 또한 뭔가 신나면서 뭉클했다. 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 이 노래로 인해 과거의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아서 말이다.
과거의 나에만 빠져 있으면 안되기에, 현재의 나를 살아가야 하기에 노래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 나에게 노래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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